코딩 부트캠프로 정말 직업을 얻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쉽지는 않은 길이지만 가능하기는 하다.

나는 Computer Science 전공도 아니고, 심지어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것도 아니다. 그런 내가 10년 넘게 미국 대기업에서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것을 보면, 가끔 나 자신도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지?”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물론 어떤 사람은 예전에는 AI가 나오기 전이었고, 지금보다 취업하기가 훨씬 쉬웠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 말에 어느 정도는 동의한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당시에도 취업이 쉬웠던 것은 아니었다.

한국에서 처음 시작한 코딩 부트캠프

2016년 여름이었다.

자주 이사를 해야 했던 전남편 때문에 나는 학교나 직장을 계속 다니다가도 그만두기를 반복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뭔가 빨리 배울 수 있으면서 동시에 전문성을 갖춘 직업이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물론 세상에 쉽게 얻어지는 것은 없는 법이라, 누군가는 이런 생각을 두고 “도둑놈 심보”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당시 나는 막 30살을 넘긴 나이였고, 꽤나 절박했다.

당시 미국인 전남편이 한국으로 발령을 받아 나는 한국에 머물고 있었고, 그곳에서 여러 가지 교육 프로그램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당시 나는 아직 한국 시민권자였기 때문에 정부에서 지원하는 취업 프로그램에 지원할 수 있었다.

어떤 직종을 선택할지 한참 고민한 끝에 결국 개발자 교육 프로그램을 선택했다. 어릴 때부터 컴퓨터를 좋아하기도 했고, 당시에는 국비 지원 개발자 교육 프로그램이 인기가 많았다. 수업료가 무료인 것은 물론이고, 교육을 받는 동안 소정의 수당까지 지급하는 학원도 있었다.

결국 서울에 작은 방을 하나 얻고 학원 근처에 등록해서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학원에서는 3개월마다 한 반의 수업이 끝나고 그 자리에 새로운 반이 들어왔다. 한 반에 약 30명 정도였고, 전체적으로 4개 반 정도가 동시에 운영되고 있었다.

수업은 오전 9시에 시작해서 오후 6시까지, 점심시간 1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8시간 동안 수업과 실습을 병행하는 상당히 빡센 일정이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학생들은 오후 6시가 되어도 집에 가지 않았다. 남아서 2~3시간씩 더 자습을 하고 집에 가는 것이 보통이었다.

특히 대부분 팀 단위로 프로젝트를 진행했기 때문에 나만 빠지고 갈 수도 없었다. 한두 번 빠지다 보면 왠지 취업에 실패할 것 같은 분위기도 있었다. 결국 아무도 쉽게 빠지지 않았다.

자취방에서 학원까지는 지하철로 약 50분이 걸렸다. 그래서 아침 7시 30분쯤 일어나 9시 전에 학원에 도착하고, 밤 8~9시까지 공부한 다음 헬스장에 들러 급하게 운동하고 샤워한 뒤 집에 돌아오면 거의 자정이었다.

그런 생활을 약 5개월 동안 반복했다.

30살에 다시 학생이 되다

그곳에 모인 대부분의 학생은 20대 중후반이었다. 당시 이미 30살이었던 나는 그 반에서 두 번째로 나이가 많은 학생이었다.

동시에 30명의 학생 중 단 2명의 여자 학생 중 한 명이기도 했다.

수업은 Java와 JavaScript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그런데 당시 나는 Object-Oriented Programming이나 Algorithm 같은 기본적인 개념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수업을 시작했다.

결국 첫 두 달 동안 정말 많이 헤맸다.

나와 비교하면 20대 중후반에 공대를 막 졸업한 학생들은 실력 차이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뛰어났다. 그들의 실력을 조금이라도 따라잡기 위해 모르는 부분이 생길 때마다 주변 사람들을 붙잡고 계속 질문했다.

지금 생각하면 꽤나 뻔뻔하게 물어봤던 것 같다. 가끔은 내가 너무 바보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혼자 울기도 했다.

특히 Object-Oriented Programming의 개념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을 때는 코드 스크린샷을 찍어서 그림판으로 하나하나 연결해 가며 Diagram을 그렸다. 변수와 값이 어떻게 이동하는지 직접 그려보면서 이해하려고 했다.

며칠씩 밤을 새우며 코드를 지우고 다시 처음부터 손으로 직접 작성하는 것도 반복했다.

남들은 다 아는 Git 사용법조차 몰랐다. 왜 git pull을 해야 하는지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실수로 다른 사람의 코드를 지워버린 적도 허다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최악이었다.

그런데 도대체 나는 어떻게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을까?

한국 부트캠프에서 배운 것

내 생각에는 한국의 부트캠프는 적어도 내가 다녔던 곳만큼은 정말 ‘가르치려는 목적’이 있는 곳이었다.

이것은 나중에 미국에서 다시 한번 부트캠프를 경험하면서 확실히 알게 됐다.

내가 다닌 한국 부트캠프는 총 6개월 동안 마치 공대에서 2년 정도 배울 법한 내용을 최대한 압축해서 가르치려는 느낌이었다.

물론 실제 대학 교육과 동일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단순히 시간만 놓고 봐도 상당한 양이었다.

하루 8시간, 일주일에 40시간씩 코딩을 공부했으니 그 양이 적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나는 운도 상당히 좋았다.

남성이 대다수였던 당시 개발자 취업 시장에서 여성이라는 점이 어느 정도 차별화 요소가 되었고, 무엇보다 영어를 능숙하게 할 수 있었다. 덕분에 수업이 끝나자마자 작은 중소기업에 비교적 빠르게 취업할 수 있었다.

수업은 총 6개월 과정이었지만, 약 5개월 정도가 지나면 실제 교육은 거의 끝나고 회사 면접을 보기 시작했다.

학원에서 학생들의 이력서를 회사에 보내 면접 기회를 주고, 면접을 잘 보면 취업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예상과는 조금 달랐다.

수업이 끝난 뒤 약 6개월 정도 지나고 졸업생들을 다시 보면,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사람은 절반 이하, 혹은 3분의 1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졸업생 가운데 비교적 빠르게 취업한 4명 중 한 명이었다.

2017년, 미국에서 다시 취업을 시작하다

한국에서 약 1년 정도 회사 생활을 한 뒤 2017년에 다시 미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취업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미국 대학을 졸업하지도 않았고 Computer Science 학위도 없는 나에게 미국 회사에서 개발자로 취업하는 것은 정말 하늘의 별 따기처럼 느껴졌다.

2017년 한 해 동안 방황한 끝에 2018년 2월, Virginia주 Reston에 있는 인도계 코딩 부트캠프와 면접을 보고 합격하면서 다시 한번 부트캠프에 들어가게 됐다.

미국에서 두 번째 부트캠프를 경험하다

아마 나처럼 서로 다른 나라에서 두 번의 부트캠프를 경험한 사람은 흔하지 않을 것이다.

두 곳에서 직접 경험해 본 결과, 나는 미국의 부트캠프가 어떤 곳인지 금방 알아차리게 됐다.

한국의 부트캠프는 정부 지원 없이 본인이 비용을 부담할 경우 당시 기준으로 한 달에 약 100만 원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반면 미국의 부트캠프는 훨씬 비쌌다.

본인이 직접 비용을 내야 하는 부트캠프라면 3~4개월 과정에 $10,000~$20,000 정도가 들어가는 경우도 있었다.

내가 Reston의 부트캠프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직접 Out-of-Pocket으로 비용을 내지 않아도 되고, 최소 임금 수준의 급여까지 받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이것이 정말 완전히 무료라는 뜻은 아니었다.

교육을 잘 받고 취업을 하게 되면, 이후 2년 동안 회사에 고용되어 특정 Client를 위해 계약직 형태로 일하면서 회사에 상당한 비용을 지불하는 구조였다.

내가 다녔던 곳은 Revature였고, 회사는 Client 회사에서 받는 수수료를 통해 수익을 내는 구조였다.

그 비용은 생각보다 상당했다. 내 기억과 추정으로는 첫 2년 동안 세전 연봉의 절반 가까이를 회사가 가져가는 구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수강생이 교육을 모두 마치고도 취업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회사가 교육비 등을 청구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었다. 실제로 같은 숙소에서 지내던 다른 반 학생에게 비슷한 일이 일어나는 것을 직접 들었다.

미국 부트캠프는 한국과 완전히 달랐다

지금보다 취업이 상대적으로 쉬웠을 법한 2018년에도 개발자 취업은 여전히 어려웠다.

부트캠프 건물에 처음 도착해보니 반 안에는 미국 대학에서 공대를 졸업한 학생들이 가득했다.

여기도 한 반에 약 30명 정도였고, 동시에 7~8개 반 정도가 운영되고 있었다.

각 반은 약 3개월 정도의 짧은 트레이닝 기간을 거친 뒤, 약 한 달 정도 면접을 진행하고 Client 회사로 보내지는 방식이었다.

미국은 워낙 큰 나라이다 보니 학생들도 전국 각지에서 왔다.

그래서 회사는 학생들에게 최소 임금 수준의 급여를 지급하는 대신 그중 일부를 공제하고, 6명이 함께 생활하는 아파트를 숙소로 제공했다.

2주마다 한 반의 교육이 끝나고 새로운 반이 들어왔다.

새로운 반이 들어올 때마다 어린 여학생들이 부모님과 함께 음식이며 필요한 물건들을 바리바리 싸 들고 와서 인사를 하는 모습도 마지막 3개월쯤에는 익숙한 풍경이 됐다. 대부분 어린 학생들이었고, 차가 없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미국 부트캠프의 수업은 가혹했다

한국에서 받았던 교육과 비교하면, 미국 부트캠프의 교육은 솔직히 ‘수업’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첫째, 대부분의 강사들은 오랜 실무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었다. 회사에서 교육을 받고 막 수료한 학생들이 강사 역할을 하는 경우도 빈번했다.

둘째, 기초부터 차근차근 가르쳐주는 방식이 아니었다.

거의 처음부터 실습으로 뛰어들었다.

두 번째 주 오전에는 Java와 JavaScript로 Calculator를 만들어 제출해야 했다.

적어도 내가 다녔던 미국 부트캠프는 모르는 사람을 처음부터 가르치는 곳이라기보다는, 지원자가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는지를 빠르게 확인하는 곳에 가까웠다.

만약 내가 한국에서 부트캠프를 다니고 실제 회사에서 1년 동안 일한 경험이 없었다면, 아마 첫 주부터 탈락했을 것이다.

회사 입장에서도 손실을 줄이기 위해 첫 주를 일종의 ‘맛보기 기간’으로 운영했다.

학생이 스스로 나가면 회사는 별다른 책임이나 비용을 묻지 않고 보내주는 일종의 forgiving period였던 셈이다.

우리 반에는 나를 포함해 3명의 여학생이 있었다.

그중 나를 제외한 한 명은 첫 주 안에 캠프를 포기하고 떠났고, 다른 한 명은 3주 차에 강사들의 논의 끝에 탈락했다. 다행히도 내가 듣기로는 비용을 청구받지는 않았다고 한다.

두 사람 모두 공대를 막 졸업한 20대 초반의 아주 어린 학생들이었다.

4주 만에 30명에서 19명으로 줄어들다

첫 4주 동안에는 매주 월요일 아침마다 Quiz와 간단한 프로젝트를 제출해야 했다.

학생들을 끊임없이 테스트했고, 취업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되는 학생들은 하나둘씩 탈락하기 시작했다.

4주가 지나자 30명 중 11명이 탈락하고 19명만 남았다.

나는 유일한 여학생이자 두 번째로 나이가 많은 학생이 되어 있었다.

그곳에서도 학생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수업을 들은 뒤 남아서 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렇게 3개월은 정말 빠르게 지나갔다.

이후 회사는 Finra, Walmart, Freddie Mac 등의 대기업들과 면접 기회를 연결해줬다.

나는 두 번의 면접을 거쳐 미국의 한 대기업에 합격했고, 계약직으로 취업하게 됐다.

회사에서는 처음에는 자체적인 사업을 운영하는 대기업들과 연결해주었다. 하지만 4~5번 이상 면접에서 계속 실패하는 학생들에게는 이후 Infosys, TCS처럼 한국으로 치면 개발자 인력회사에 가까운 Tech Consulting 업체로 연결하는 경우가 많았다.

Client 회사와 연결되는 것 자체는 상대적으로 쉬웠지만, Benefits이나 고용 안정성은 훨씬 불안정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는 곳이었다.

하지만 면접에서 계속 떨어지면 결국 Consultant 회사로 취업하게 되는 경우도 많았다.

한국에서 흔히 말하는 ‘갑을병정’으로 표현한다면, ‘병’이나 ‘정’ 정도에 해당하는 위치에서 일하게 되는 셈이다.

미국 부트캠프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취업’ 그 자체였다

내가 경험한 미국 부트캠프는 ‘개발자로 어떤 일을 하게 될 것인가’보다 ‘일단 취업을 시키는 것’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설령 개발자로 지원해서 회사에 도착했는데 실제 업무가 Ticket을 처리하는 IT Support 업무라고 해도, 일단 취업이 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나 역시 처음 배치받은 곳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하게 L2 Ticket Support 팀으로 배정받았다.

하지만 나는 Manager에게 강하게 어필했고, 결국 Legacy Application의 메인 L3 Developer 역할을 함께 맡게 됐다.

지금 생각하면 보수도 낮았고 일도 상당히 힘들었다.

하지만 그 기회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코딩 부트캠프로 정말 취업할 수 있을까?

내 경험을 돌아보면, 가능하다.

하지만 결코 쉬운 길은 아니다.

부트캠프 자체가 취업을 보장해주는 것도 아니고, 부트캠프를 수료했다고 해서 개발자로 취업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특히 지금은 AI의 발전과 함께 Entry-Level 개발자 시장 자체가 과거보다 훨씬 어려워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트캠프는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절실함과 상당한 노력이 없다면 버텨내기 힘든 곳이다.

하지만 좋은 회사에 바로 취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부트캠프는 최고의 선택은 아닐 수 있어도 충분히 고려해볼 만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두 번의 부트캠프를 경험했고, 그 과정에서 정말 많이 힘들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때의 6개월과 그 이후의 첫 직장 경험이 지금의 나를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래서 누군가 나에게 다시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할 것 같다.

“코딩 부트캠프로 정말 직업을 얻을 수 있냐고?”

가능하다.

다만 부트캠프가 직업을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다.

결국 그 기회를 잡고, 버티고, 실력을 증명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은 본인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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